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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가옥

함경도 전통가옥, 추운 날씨를 이겨낸 지혜

by findusefulinfo 2025. 5. 5.

함경도는 한반도 북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독한 한대성 기후가 특징이다. 특히 해안을 따라 동해의 찬 바람이 불고, 내륙 산악 지대는 폭설과 한파가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인간의 주거 조건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며, 생존 자체를 위해 주거 형태에 대한 철저한 적응이 요구되었다.

 

그 결과 함경도의 전통 가옥은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극한 환경에 최적화된 건축적 해법을 보여준다. 남쪽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구조적 밀폐성, 보온력 중심의 자재 활용, 최소한의 에너지 손실을 위한 공간 배치 등은 모두 살기 위한 설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혹한에 대응하는 공간 배치: 바람을 피한 함경도 가옥의 입지 전략

 

함경도는 북쪽의 차가운 대륙성 기단이 강하게 작용하는 지역으로, 겨울철 강풍과 한파가 일상적인 기후 현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함경도 주민들은 주거지의 위치를 고를 때 철저히 바람의 방향과 햇볕의 유입량을 고려했다.

 

대부분의 전통 가옥은 산이나 언덕의 남쪽 기슭에 자리 잡았으며, 북풍을 막고 남향을 확보하는 배산향양배치를 따랐다. 평지보다 약간 높거나 굴곡진 지형을 선호한 것도 바람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마을 자체가 바람의 통로를 피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골목이나 담장은 바람을 흘려보내는 경로를 유도하도록 구조화되었다.

 

가옥 내부에서도 이러한 기후 대응은 더욱 뚜렷하다. 문과 창문은 최소화되어 있으며, 외부와의 연결 공간은 툇마루대신 두꺼운 복도형 공간으로 대체되었다. 외기 유입을 차단하고, 실내 온기를 유지하기 위한 폐쇄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배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미시적 건축 설계의 결과물이다.

 

구조적 밀폐와 단열: 보온에 최적화된 함경도 전통 가옥

 

함경도 전통 가옥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밀폐성과 보온 중심의 구조 설계다. 남부지방의 개방형 한옥과는 달리, 함경도 가옥은 바깥과 내부를 철저히 구분한다. 창문은 크기가 작고 수가 적으며, 대부분은 이중 창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내부의 온기를 보존하기 위한 방식이다.

 

함경도 가옥은 대부분 겹집 구조를 사용한다. 이는 벽체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 외부벽과 내부벽 사이에 공기층을 두거나 볏짚·흙 등을 채워 단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외벽+내벽의 개념이 아니라, 집 전체가 하나의 보온막으로 둘러싸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붕 역시 보온성을 고려해 설계된다. 기와보다 초가지붕이 일반적이며, 특히 억새나 띠풀을 이용한 두껍고 촘촘한 지붕 마감이 특징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상, 지붕의 경사는 다소 급하게 설계되어 눈이 쉽게 미끄러져 내려가도록 한다. 이로 인해 지붕의 하중을 줄이고, 구조물의 장기 내구성을 높인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 덕분에 함경도의 전통 가옥은 외부 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져도 내부에서는 최소한의 땔감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 이는 함경도식 온돌과 함께 작동하면서, 그 어떤 난방기계 없이도 혹한을 견디는 지혜를 보여준다.

 

내한성 건축 자재의 선택: 현지 자원을 활용한 생존형 구조

 

함경도는 산악지형이 많고 강수량이 적은 지역이기 때문에, 건축 자재도 이를 반영하여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재료 위주로 구성되었다. 나무의 경우, 자작나무, 잣나무, 낙엽송 등 한랭지에서도 잘 자라는 수종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기둥과 들보로 활용되었다. 이들은 수축·팽창률이 낮고 내한성이 강하여 기온 차가 극심한 환경에서도 균열 없이 오래 유지되는 특성을 가졌다.

 

벽체는 황토와 짚, 동물 털, 심지어는 해초류까지 혼합해 만든 복합 흙벽 구조를 채택했다. 이는 단열만 아니라 습기 조절에도 뛰어나서, 겨울철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습기를 조절해 주는 자연 환기 기능을 수행했다. 특히 함경도에서는 굴뚝 구조 또한 독특하게 발전했는데, 굴뚝은 바람이 직접 닿지 않는 측면에 낮게 설치되며, 연기를 오래 머물게 해 열을 최대한 내부에 흡수시키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창호지 또한 한랭지용으로 특화되어 두꺼운 종이나 가죽을 얇게 펴서 붙인 피창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방한 기능과 동시에 외부 시야 차단 기능을 수행해, 프라이버시와 열 보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통적 소재 기술이라 볼 수 있다.

 

함경도 전통가옥, 추운 날씨를 이겨낸 지혜

현대 건축이 배워야 할 함경도 전통가옥의 생태적 지혜

 

함경도 전통 가옥은 단순히 과거의 주거 형식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기후에 순응하고 자원을 절약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한 지속 가능한 건축의 모델로 오늘날에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에너지 위기, 친환경 건축, 생태 주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함경도식 전통 건축은 현대 건축이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례가 된다.

 

예를 들어, 겹집 구조는 오늘날 단열재나 외피 설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온돌 중심의 열 분산 방식은 바닥난방 시스템의 효율성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건축 자재 사용과 현지 자원의 최대 활용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함경도 가옥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연을 이기려 하지 말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라." 함경도의 사람들은 혹한 속에서도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실현해 왔다. 그 지혜는 분단된 현재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도 소중한 건축적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